어느 날 이었다.
한국노래를 어설픈 발음으로 흥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들으며
나도모르게 잠이들었다.
하지만 얼마가지않아 달게 자고있는 나를
씻고자라며 이가 썩는다는둥. 주름이생긴다는둥. 잔소리를 하며 흔들어깨웠다.
거기에 나는 단잠이 깬것이 조금짜증이나서 아까 씻었다는 말도안되는 거짓말을 눈도뜨지않고 웅얼거렸다.
"큰 아이같아."
퉁명스런 목소리에 생각이들었다.
내몸뚱아리가 조금 크긴하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었으리라.
나는 물론 다 큰 어른이다.
아이는 종종 상대방에게 잘보이기위해서, 위기를대처하는 방법으로 뻔한 거짓말을한다.
나 역시 첫 데이트에서 가난한 유학생티를 내지않으려 반반씩 내자는
그녀의 배려를 완고하게 거부하고 한달생활비의 절반을 하루만에 날렸다.
병신,,,나는 내가 부끄러운것일까.
잘보이기위해 나를 포장하는것이 얼마나 효과가있는것인지, 그효과는 얼마동안 유효할것인지
생각해보니 바보짓이었다.
나는 이를닦다말고 말했다.
"나 돈없어. 거지야."
왜갑자기 그런말을했을까, 어쩌면 왜곡되었을수도있을 그녀가가진 나의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빨리 바로잡고싶은마음에 두서없이 툭 투;어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응, 알고있어."
장난스래 말하고 날보며 웃고있는 그녀가 거울너머로 보였다.
그래 나는 거지다.
통장잔고는 항상 바닦을 치고, 하루라도 알바를하지않으면 다음달 집세도 낼수 없을만큼.
과제는 밀려가는데 잠을줄이거나 조금은 덜놀아야지-라는 다짐보다는
왜이렇게 날 못살게굴어- 라며 누군가를 원망하는 다 크고 어린, 게다가 거지다.
내가 모자란놈이라는것이 잘보이고싶은 누군가에게 보여지는게 두렵다.
사람은 누구나 모자란것이 당연하지만 나의 모자람은 언제나 수치스럽고 숨기고만 싶다.
나는 모자람없이 잘살고있어-라며 과시하는것이 유행인 세상에서
나만 병신인것같아 두렵기만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나를 사랑해야한다.
감싸주고 숨겨주는 사랑말고,
있는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고싶다.
가난하고, 유치하고, 비겁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나를,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누군가도 있는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리라.
그렇게 기대하는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랑받고싶다,
거짓으로 포장된 나 말고. 그냥 병신같은 내가 사랑받고싶다.
그렇지못했기에 언제나 외롭고 서글픈 중2병이 떠나질않았는지도 모르겠다.
201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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