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기억이난다.
10살...쯤이었을것이다. 아버지와함께 tv를 보고있다가 베란다쪽에 귀뚜라미 한마리가 들어온것을 보았다.
"아빠, 귀뚜라미." 하며 손으로 가르키자 아버지는 잡아서 베란다 밖으로 던지라고 했다.
난 그 시절 친구들과 놀러다니며 귀뚜라미는 물론이고 잠자리 여치 , 심지어는 사마귀까지 잡아서 체집통에 넣고 하루종일 싸돌아다녔었다.
그렇기에 의심없이 귀뚜라미에게 손을 뻗었는데 그 순간, 정말 이상하게도 생전 처음느껴보는 공포심이 엄습해왔다.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과함께 숨도쉴수없을정도로 공기가 한순간 몸속에서 모두 빠져 나오는듯한 느낌...
나도모르게 눈물이 났고 어쩔줄몰라하며 아버지를 보자 아버지도 뭔가 이상했는지 직접잡아서 '귀뚜라미잖아, 왜그래?' 하며 내손위에 올려주었지만
난 몸서리를 치고 바닥으로 털어내며 울부짖었다.
이상한경험, 바로 얼마전까지도 난 그무서운 벌레를 잡으러 온동네를 헤집고 다녔었는데....
벌레를 무서워 한 내 첫번째 경험이다.
그렇게 생전처음느낀 공포심은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조그마한 벌레가 왜싫어? 벌레가 널 무서워하겠다. 덩치값좀해라. 다 큰 어른이 왜그래? 남자가 되서 뭐하는거야?" 등등
주변 남자친구들에게 저런 소린 이제 너무 들어서 아무렇지도 않다.
벌레를 집어들고 울며 도망가는 날쫒아오지만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해는 이미 포기했다. 개새끼들....
일하는 사무실에 파리가 한마리 들어온 적이잇었는데 그당시 나빼고 모두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눈치도 없이 나에게 그파리를 잡아달라고 했지만 파리는 정말 내엄지손톱만했고 난 이미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난 눈물까지 글썽이며 책상에 업드려 제발 파리가 나에게 오지않게 해 달라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를 했다.
그 사건이후 그녀들은 나를위해 방충망 보수를했고, 에프킬라를 사가지고와 날위로했다.
이대목에서 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타인의 아픔에대한 공감능력이 월등하다는것을 깨달았다.
난 이사를 가도 바퀴벌레가 있는지 먼저 확인을 했고, 집으로 오르는 계단에 벌레가 있으면 올라가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쫒거나 잡는것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그곳을 지나갈수가 있었다. 그럴때마다 달리기를 한것도 아닌데 턱까지차는 가쁜숨을고르고 스스로를 안정시켜야했다.
친구집에 가서도 벌레가있으면 오래 머물지않았고, 다시는 그곳에 가지않았다.
내방에서 작은 벌레라도 한마리 나오는 날에는 뜬눈으로 밤을 지세우며 불안함에 떨었다.
계곡이나 바닷가, 산이나 들로 여행을 가는날에는 매순간 두리번거리며 거의 노이로제가 걸려 돌아오기 때문에 그런곳에가는 것은 좋아하지않는다.
난 문제가 생겼을때 도망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하지만 일부러 벌레를 보며 수없이 많은 마인트 컨트롤과 다짐을해봐도 절대로 만질수가 없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치고 숨이가쁘고 눈물만 난다.
벗어나고싶다.
여름, 벌레의 계절이 다가온다.
무섭다.
2013.04.23. 18:37